[단독] 경복궁 낙서범 '가출팸' 소속?…"모텔촌서 내렸다"

입력 2023-12-23 14:03   수정 2023-12-23 14:12


서울 경복궁에 낙서를 한 10대들이 범행 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의 숙박업소 수십 개가 밀집한 모텔촌에서 하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택시비로 낼 돈이 없어 목적지 도착 후 또래에게 급하게 돈을 빌려 택시비를 결제한 뒤 모텔촌에 머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들이 '가출팸'에 속하면서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10대 낙서범 모텔촌 하차
23일 경찰에 따르면 10대 낙서범 임모군(17)과 김모양(16)은 지난 16일 오전 3시 5분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6번 출구 앞(서울경찰청 인근)에서 택시를 잡았다. 택시 기사는 남산1호터널을 거쳐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오전 3시 55분 경기 수원시 팔달구 매산동의 모텔이 밀집한 한 골목에 도착했다. 이들을 내려준 택시 기사는 “10대 남녀가 모텔과 호텔이 빼곡한 골목에 내려 의아했다"며 “택시비가 없어 급하게 돈을 빌리면서 하차가 늦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양은 도착 직후 택시비 5만2000원을 낼 돈이 없어 남성인 또래에게 전화해 “도착했으니 5만원을 입금해달라"고 말했다. 5분뒤 돈을 받고 체크카드로 결제한 뒤 하차했다.

이들이 내린 매산동은 10대들의 성지로 수원시의 비행 청소년과 가출 청소년들이 자주 집결하는 유흥가다. 하차 지점에서 반경 300m 내 모텔만 50여개에 달한다. 주변은 술집과 노래방 등으로 가득하다. 인근 상인은 ”20대들이 수원 인계동에 자주 모인다면 10대들은 매산동에 모여 술을 먹고 몰려다닌다"고 말했다.

이들은 지난 16일 오전 1시 52분 경복궁 영추문 등에 스프레이로 불법 영상 공유사이트 주소를 낙서한 혐의(문화재보호법 위반 및 공용물건손상)를 받는다. 임군은 경찰 조사에서 “텔레그램을 통해 신원 미상의 A씨에게 낙서를 하면 300만원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세종대왕 동상에도 낙서하라는 지시를 받았지만 경비가 삼엄한 탓에 실제 범행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A씨는 “내가 불법 사이트에서 일하는 사람인데 당신을 속이겠냐"며 임군을 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임군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지난 22일 기각됐다.
가출팸 청소년 2875명 적발
전문가들은 이들이 가출팸에 속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가출팸은 가출한 청소년끼리 거주지를 마련하고 함께 숙식을 하는 단체를 뜻한다. 임군과 김양이 하차한 곳이 모텔촌이었다는 점과 택시비로 낼 돈조차 없었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가출한 뒤 인근 숙박업소에서 머물렀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임군은 학교에 다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1~11월) 경찰이 해체한 가출팸은 69개(311명)로 지난해(52개, 274명) 대비 32.6% 늘었다. 적발된 가춤팸 소속 청소년들은 매년 수백 명으로 7년간 총 2875명에 달한다. 경찰은 학교전담경찰관(SPO)을 통해 가정 밖 청소년들이 모여 지내며 숙식을 하는지 등을 파악한다. 이후 가출팸 주거지를 확보하면 학생들을 자택과 쉼터 등 보호기관으로 보낸다.

가출팸 소속 청소년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해 범죄에 직접 가담하는 등 피의자로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20대 B씨는 만 14세 미만의 가출 촉법소년을 유인해 금은방 절도를 저지르게 했다. B씨는 촉법소년임을 강조하며 진술을 거부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엔 가출팸 소속 대장 C씨(19)가 나이가 어린 가출팸 소속 청소년들에게 금품을 훔쳐 오라고 지시해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장강호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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